
경상국립대(총장 권진회) 공과대학 화학공학과 김찬진 교수가 참여한 한국·호주 국제공동연구팀이 천연 유래 물질인 폴리페놀(polyphenol)을 고분자에 결합해 원하는 기능을 가진 나노소재를 설계하는 원리를 체계화했다. 이번 연구는 자연에서 얻는 물질을 출발점으로 삼으면서도 나노 수준에서 구조와 기능을 목적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설계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안전성과 고기능을 함께 요구하는 바이오·의료 및 생활·환경 소재 분야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폴리페놀은 분자 안에 페놀 구조를 여러 개 가진 천연 유래 화합물로, 다양한 분자와 결합할 수 있는 특성 덕분에 바이오·의료, 코팅,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돼 왔다. 그러나 폴리페놀이 고분자(작은 분자가 반복적으로 이어진 거대 분자)와 어떤 방식으로 결합하고, 그 결합이 어떻게 나노구조 형성으로 이어지는지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설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원하는 기능의 소재를 만들고자 해도 이를 일관되게 설계할 기준이 부족했던 셈이다.
연구팀은 폴리페놀과 고분자의 상호작용에 기반한 나노구조 소재 연구의 최신 동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먼저 다양한 중합 및 후처리 기능화 방법을 통해 폴리페놀 작용기를 고분자에 도입하는 방식을 비교하고, 고분자 골격과 기능기 도입 방식이 나노구조 형성과 소재의 물리·화학적 특성에 미치는 영향을 연결해 분석했다. 특히 폴리페놀과 고분자, 금속 이온 및 다양한 분자 사이에서 나타나는 공유결합, 수소결합, π–π 상호작용(방향족 고리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 금속–리간드 배위결합(금속 이온과 이를 둘러싼 분자 사이의 결합) 등 분자 간 상호작용을 소재 설계의 핵심 요소로 다뤘다.
그 결과 연구팀은 이러한 분자 간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자기조립(self-assembly, 분자들이 스스로 일정한 구조를 이루는 현상), 계면 특성, 나노구조의 안정성을 조절하는 원리를 정리하고, 이것이 나노입자·박막·캡슐 등 나노구조체의 형성과 표면전하, 친수성·소수성, 생체적합성(인체에 해를 일으키지 않고 어울리는 성질), 표적화(특정 부위를 찾아가는 성질), 자극 반응성(외부 자극에 따라 성질이 바뀌는 특성) 등 소재의 주요 기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했다. 아울러 이 설계 원리가 다기능성 표면·계면, 자극 반응형 및 적응형 소재, 에너지·전자소자, 바이오의료 분야로 확장되는 사례를 함께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목적에 따라 폴리페놀 기반 소재의 성능을 조절할 수 있는 설계 방향을 구체화한 것으로, 약물전달·생체재료·기능성 코팅·환경 소재 등에서 보다 안전하고 기능성 높은 첨단소재를 개발하는 기초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경상국립대와 호주 멜버른대 및 라 트로브대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로 수행됐다.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폴리페놀 기능화 고분자의 합성부터 나노구조 설계와 응용까지 폭넓게 아우르며 국제 협력을 통한 융합 연구 성과를 도출했으며, 경상국립대 화학공학과 석사과정 허경은 씨도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그 결과는 'Engineering nanostructured materials using polyphenol-functionalized polymers'(공동 제1저자 김찬진·Shiyao Li)라는 제목으로 엘스비어(Elsevier)가 발행하는 고분자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Progress in Polymer Science》(IF 32.8, JCR 고분자과학 분야 상위 0.5%, 2025 JCR 기준)에 게재됐다.
김찬진 교수는 “폴리페놀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으면서도 다양한 분자와 결합하는 독특한 물질이지만, 이를 원하는 기능의 소재로 설계하는 원리는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못했다"라며 "이번 연구는 그동안 따로 다뤄져 온 합성, 분자 간 상호작용, 구조·물성 제어, 응용 연구를 하나의 설계 흐름으로 묶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